|해외수필| (미국)


과외를 중지할 수 없는 이유


이 이 순



며칠 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하나가 50세가 되는데 8커풀 즉 16명이 멕시코로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그동안 엄마가 저희 집에 와서 두 아이의 학교가는 일과 과외 활동하는 것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년이면 큰 손녀가 13세가 되므로 저희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곧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아침 일찍 일어나 딸집으로 갔다. 딸은 5일 동안의 스케줄을 프린트해서 주면서 질문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딸에게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있으면 손주들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과외 활동하면 주로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고 내가 자랄 때는 아예 과외 활동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곳의 과외 활동은 거의가 운동이다. 손자는 학교가 끝나면 풋볼과 아이스 학키 연습이 거의 매일 있기 마련이고 손녀는 매일 수영과 여러 가지 예능과목에 참여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이들이 숨 쉴 시간이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루는 손자의 아이스 학키 게임에 갔다가 딸의 친구 리사를 만났다.
이사는 나에게 얼마 전 저희 엄마가 집을 방문하러 왔다가 사는 것을 보고 “너 혹시 돌지 않았냐?”하더란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내 머리가 돌기 바로 일본 직전이다.”라고 하며 우리는 폭소를 금치 못했다.
어느 날의 스케줄에 아이들이 수영 가서 늦게 귀가하므로 스낵을 든든히 먹여서 보내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두 조각의 훗브래드 양쪽에 버터를 넉넉하게 바르고 아메리칸 치즈 한 장을 넣어 노릇노릇하게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두 손주를 먹였다. 그랬더니 손자가 “할머니 Is this Korean?"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얼마나 바쁘게 살았으면 그릴치즈 샌드위치 하나 못 만들어 먹였나 생각했다.
또 어느 날은 파스타가 먹고 싶은데 할머니가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만들 수 있다고 하고 물을 펄펄 끓이고 있는데 두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버터와 치즈는 지금 넣지 않는 거라고 걱정이다. 나는 할머니가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조금 후에 파스타를 만들어 주었더니 접시들을 깨끗이 치웠다. 딸이 휴가를 끝내고 귀가했을 때 나도 느낀 것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아니 꼭 이렇게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과외 활동을 해야 하는가 하고…….
그랬더니 이 동네 어머니들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으니 안 할 수가 없단다. 하기야 지난 번 London Junner Olympic에서 2명의 수영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이 동네 사람들이니 이것들이 장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이순(수필가) : 일본 나고야에서 출생
  전남 여중고 졸업.
  조선대학교 가정과 졸업
  Chase 은행(27년 근무) 은퇴
  일리노이 주 시카고 거주.
  2011년 「해외문학」신인상 수필 당선
  해외문인협회(미국)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