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필| (미국)



도전하는 삶


정 순 덕



오늘 골프를 엉망으로 치고 들어왔다.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인지 다른 일도 집중이 안 돼 오후 스케줄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고 보니 요사이 내 마음은 무엇에 쫓기는 듯 허둥대고 있으며 세상만사가 걱정 투성이인 것만 같다.
내가 생각해도 몇 년은 아주 씩씩하게 잘 버텨나가는 것 같았는데, 요즈음 나는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적막감 속에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옛날 여인네들은 삼부종사(三夫従事)라고 하여 어려서는 아버지를, 어른이 돼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자식을 따라 살았다고 한다. 이런 옛말이 왜 이리 떠오르는 것일까!
생각하면 나 자신도 시대만 바뀌었지 꼭 이런 형국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나 스스로가 잘 버티어 왔다기보다 자식들이, 가족이, 친지들이 돌보고 있다는 버팀목 속에 위안 얻고 힘을 얻었던 것이지 내 진정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요즈음 새삼 엄마가 그립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엄마의 품이 이렇게 절실할 줄은 미쳐 못 느꼈다. 홀로 선 자리에서 보니 자식들 앞에서는 나약한 모습 보여서는 안 되고 친지들 앞에서는 씩씩해야지 하는 강박관념에 늘 바쁘게 비추었으리라.
그러나 엄마 앞에서는 내가 얼마나 겁먹고 살고 있는지 그분은 알고 계실 것이다. 어릴 적 나의 기억 속 엄마는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옆에 있는 존재였다. 지금도 내 옆에 계신 것이 얼마나 나를 채찍질 해주시는 것인지 모른다. 먼 훗날 나도 나의 자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염원은 나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새로운 도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도전이라고 해서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 삶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낄 때가 더 많다.
평생을 도시생활을 하던 친구가 은퇴 후 시골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면서 전에 못 느꼈던 생명체에 대한 신비를 바라보며 느끼는 환희…. 여행이라곤 담을 쌓고 집 자체가 자기의 우주인양 그 속에서 벗어나올 줄 모르던 친구의 남편이 집 허물을 훌훌 벗고 큰 세상을 활보하는 모습은 나까지 가슴을 환하게 한다.

음식을 먹어도 꼭 자주 먹던 음식만 고집하고 음식점도 자주 가던 곳만 고집하던 그가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각국의 음식을 맛보고 나니 이 세상 곳곳에 새콤달콤한 맛도 따로 있다고 여겨 이제는 여행을 가면 그곳 음식만 찾는 그가 신기하다.
우리 마을에는 은퇴한 여의사가 얼마나 골프를 열심히 치는지 이제는 남이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다. 그에 말에 의하면 젊어서는 많이 못해본 골프, 이제라도 도전해보고 싶어 시간을 내는 것인데 그 성취감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노라고 한다.
무엇에 도전한다는 말은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가진다는 것이다. 나만 큰일을 당한 냥 의기소침해 처지를 비교하기보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상대방을 대한다면 내 삶은 훨씬 자유로워지리라.

지난 몇 십 년을 맨손체조를 한다. 매일 무엇을 한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쉽고도 어려운 것이 진리라는 것을 배웠다.
내가 만약 지금부터라도 그 동안 실행하지 못하던 일, 배움, 봉사 등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도전할 수 있다면 내 삶은 허탈감을 벗어나 윤택해지리라.




  정순덕(수필가), 1957년 이화여고 졸업
  1961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6년 미국 이주
  2008년 수필집: 「당신을 이 시계처럼 찾을 수만 있다면」
  2010년 「해외문학」 신인상 수필당선으로 등단
  현재 미국 뉴저지 주에 거주
  「해외문인협회」(미국)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