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수필(미국)


삶의 목적 외 1편


                                                                        김 경 년



1980년대 초, 내가 버클리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하루는 학생들과 소규모 그룹 토론을 학생 휴게실에서 갖고 있는데 한 학생이 불쑥 "선생님은 삶의 목적 (purpose of life)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질문에 깜짝 놀랐는데 실로 더 크게 당황한 것은 나 자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왜 그런 어려운 질문을 하냐며 우물쭈물 그 순간을 넘겼지만 그 후부터 그 질문은 오랫동안 내 머리 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질문을 생각해 본다. 물론 이제는 "목적"이란 힘찬 단어 대신 "의미" 또는 "보람"이라는 맥없는 말로 질문을 많이 누그러 뜨리고 있지만, 그 개념은 항상 뇌리에 맴돌고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출생은 사실 우리와는 무관한 것이다.  우리가 태어남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타어남의 시간과 장소를 선택한 것도 아니며 부모들이 우리를 나았지만 실제로 그들도 어떤 선택을 해서 특정한 "영아"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이 세상에 내어 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으로 우리는 모두 생겨지고 나아지고 이 세상에 놓여진 것이지 우리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종의 보존"을 위해 생산된 하나의 생물일 뿐인 것이다.


그러면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는 매우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질문인 것 같지만, 그 가장 원초적인 목적은 곧 인류의 보존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가정이라는 보호소를 만들어 우리의 아이들을 양육하고, 필요한 교육을 시켜 사회에 내보낸다. 그들은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며 인류의 보존을 위해 다시 짝을 찾고 애기를 출산하고…….
이런 매우 간단하고도 큰 틀의 관점에서 본다면 특정한 개인 "나"의 "삶의 목적"이란 그리 큰 사건이 아니고 다만 매우 개인적이고 제한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2015년 9월 1일




오빠 강남 스타일



나에게는 다섯 살짜리 손자가 하나 있는데 다음 주에 유치원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동안은 프리스쿨을 다녔는데 마침 그 학교가 우리 집에서 두 블럭 되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아들이 퇴근이 좀 늦어 그 애를 제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가지 못하면 남편과 내가 걸어가서 손자를 집에 데려다 놓곤 했다. 


그런데 내일이 그 프리스쿨 마지막 날이라고 하기에 이제 곧 작별하게 될 친구들과 그동안 수고해 준 선생님들을 위해 간단한 스낵을 준비해 가지고 프리스쿨을 찾아 갔다. 집에서 두 블럭 거리에 있어 걸어가도 5분도 안 걸린다. 문을 열고 놀이터 마당으로 들어 가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이 크게 들리고 아이들은 모여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모두 싸이의 노래를 같이 부르며…. 여자…. 여자, 하며 손을 치켜들고 카우보이의 말 모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싸이는 "훈장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한국인 한 사람이 이토록 한국을 유명하게 만들었던가? 미국의 조그만 탁아소겸 예비학교의 마당 놀이터에서까지 각양각색의 종족의 후예들이 모여 싸이의 음악을 틀어 놓고 그의 몸짓과 춤을 흉내 내며 행복해 하는 것을 볼 때 싸이의 위력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느 수준 이상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창조적이고 재능이 많은데 서로 협조를 할 줄 모른다는 말을 종종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김연아 같은 비켜 스케이팅 선수, 싸이 같은 가수, 김기민 같은 마리인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서희 같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프리마 발레리나, 조수미, 신영옥 같은 소프라노, 정명훈 같은 지휘자, 수도 없이 많은 쟁쟁한 한국의 인물들,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국가의 영웅, 보배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다.


2015년 5월



김경년 시인/ 수필가/ 번역가
서울에서 출생, 한영문학 번역가. 현재 UC Berkeley대학교 교수, 「해외문학」 편집위원 겸 자문위원. 시집: 「달팽이가 그어놓은 작은 점선」, 한영시집 「시력검사」(VISION TEST) 출간. 번역서: 윤동주 시집 「별 헤는 밤」 「Sky, Wind, and Stars」 김승희 시집 「I WANT TO HIJACK AN AIRPLANE」 등 다수. 해외문인협회(미국)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