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수필(미국)


운전과 우리들의 삶은 닮은 꼴


김 정 란



지난겨울부터 금년 3월이 되어올 때까지 운전運轉을 잘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운 때여서 종잡을 수 없는 일기 탓이기도 했고, 남편이 겨울동안에는 골프도 치지 않고 집에 나랑 같이 죽치고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렇기도 했다. 대부분 나와 같이 외출을 하는 경우가 잦아, 자동차가 두 대가 필요치 않아 늘 남편이 주로 운전을 했다


아직 봄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달력으로 봄은 봄인지 기온이 조끔 높아져서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운전을 하고 다닌다. 딸네 집과  우리 집을 오고 가려면 몇 개의 고속도로를 늘 운전해야 한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고속도로를 운전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운전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자동차들을 보면, 온갖 모양의 자동차에, 갖가지 형태의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쩌면 운전이 우리들의 인생살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서 질주를 하거나, 천천히 운전을 하거나, 하여간에 자기 자신들이 원하는 곳을 향해서 달려가고, 우리가 목적하는 성공을 향해서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웃기는 생각에 잠겨서 급하지도 않은 이 노친네가 3차선에서 정해진 시속으로 잘 달려가는데 갑자기 쏠 쐐기처럼 요리저리  끼어들고 곡예를 부리면서 운전하는 자동차를 자주 만날 때가 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은 그저 빨리 달려간다는 일에 목적이 있거나, 매번 늦어서 새치기나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려나?


빨리만 달려간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터이고, 게으름을 잔뜩 피우다가 필경 마지막 순간에 요란을 떨면서 허둥지둥하는 타입이겠다, 하고 운전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도 하고, 정신 분석도 해본다.  또 어떤 때는 나와 짝이라도 해주는 것인지 일정한 스피드에 앞뒤 간격을 맞추어 가면서 천천히도 아니고, 그렇다고 빨리도 아니게 같이 가는 자동차도 있다.


자동차가 한 차선에서 가면서도 이쪽저쪽 술 취한 듯이 가는 자동차도 있고, 창문을 열고 라디오의 볼륨을 있는 대로 크게 해놓고 운전대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왕왕 불러대며 운전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운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궁금증이 나게 키가 작은 머릿결이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늙었는지 젊었는지 알 수가 없는데 고속도로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최소한의 마일도 속력을 내지 못하면서 알짱알짱 천천히 가는 자동차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운전을 하는 모습과 운전을 하고 가는 자동차가 주인을 닮았다는 게 재미가 있다. 그저 빨리빨리 달리기만 하는 이들은 좋은 이름 있는 스포츠 자동차는 아닌 듯 낡아빠져 보여도 스포츠 모양의 자동차이고, 한 차선에 가면서도 삐뚤빼뚤 가는 이들은 어디다가 살짝 스쳤는지 자동차에 상처가 더러 있기도 하다.  라디오를 맘껏 틀어놓고 운전대를 두드려대는 그 자동차는 픽업트럭같이 생겼거나 스포츠자동차도 아니면서 스포츠자동차 흉내를 내면서 달리는 자동차이고, 키가 작은 노인네가 보일 듯 말듯하게 앉아서 운전하는 자동차는 오래된 듯 그러나 아껴서 타셨는지, 앤틱 자동차 같은 모양이다. 


나같이 그저 허락하는 속도로 열심히 운전하는 많은 자동차는 그저 평범한 미국인들이 모두가 좋아하면서 선택하는 흔하디흔한 자동차이고, 오고 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이렇게 노친네가 딸네 집에서 내 집으로, 내 집에서 딸네 집으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개똥철학”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먼 길인 동부 아들네 집을 다녀 올 때면 늘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리 빨리 가려고 기를 쓰고 빨리 운전을 해도, 날이 어두워져서 잠을 자러 숙박소에 들어가면 필경 그 앞서가던 자동차도 그 곳에 머무는 것을 종종 보기도 하고, 또 한참을 가다가 점심 식사라도 하려고 멈추면, 또 다른, 같은 방향으로 가던 낯익은 자동차가 멈춰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들의 삶이 모두 비슷한 시간으로 흘러가듯이 자동차도 가고자 원하는 곳에 가는 시간은 거의 그 많은 자동차가 같다는 의미가 아니겠는지? 우리들의 성격은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을 하면서라도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운전을 하고 다니며 이런 웃기는 생각으로 즐기기도 한다.




김정란 수필가
이화여자대학 사회사업학과 졸업. 듀페이지 칼리지서 아트와 컴퓨터 수학. 아이타스카 한국학교 교사역임. 「해외문학」 신인상 수필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한미연장자학교 컴퓨터 강사이며. 「해외문인협회」(미국)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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