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단(중국)

 

트럼펫은 불지 않기로 했다 1

-레핀과 그의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에 부쳐

 

한 영 남

 

사품치는 송화강기슭에서

바이올린의 새된 비명소리도

첼로의 배밑 바닥 깊은 흐느낌도

파도의 날카로운 호령에 잠재워졌으니

이제

트럼펫은 불지 않기로 했다.

아름다운 미풍에 하느작이는 태양도와

장엄한 파도의 송화강이 그만

서로 사타구니를 틀어박고 누워버린 이 기슭에서

우리는 수채화의 아련한 빛이거나

수묵화의 회색빛 살결은 찾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고 해도

저렇게 하염없는 태양도를 건너다보며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

그 넉넉하면서도 시커먼

근육의 고함소리에 귀를 맡겨버려야 한다.

글쎄 와봐라 파도여

어디 덤벼라 절망이여

아무래도 트럼펫은 불지 않는 것이 좋겠지.

드럼으로도 부셔버리지 못하는 이 악장

외로운 하모니카는

모스크바 교외의 밤이나 흥얼거리라지.

트럼펫은

전설의 트럼펫은

불지 말아야 한다.


 

 살아가는 이야기

 

 

한 잔의 술과

한 개비의 담배가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인가!

세월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갑갑 답답함을 새기기에는

우리의 술이

우리의 담배가

너무 무색하고 있거늘

한 잔의 술과

한 개비의 담배가

과연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인가!

황금의 웃음과는 너무 거리가 먼 우리들의 일상

부스러진 북어조각만치나

짓뭉개진 시래기 먼지만치나

으깨어진 벌레 먹은 사과조각만치나

값도 없고 쓰잘 데도 없는 우리들의 찝찔한 일상

소금만치 짜도 소금만치 쓸모는 없는 우리들의 못난 살이

초라한 행색을 서로 비웃으며

우리들이야

우리들에게야

딱 안성맞춤인 이

한 잔의 술과

한 개비의 담배가

그렇게도 사치더란 말이냐.

 

 

한영남 시인

중국 길림성 안도에서 출생. 시집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2017), 소설집 섬둘레 가는 출간 (2013). 각종 문학상 다수 수상했다.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이녀 프리랜서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