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와 마이클 아저씨

- 조 현 례
                                             
하늘이는 마이클 아저씨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마이클 아저씨도 하늘이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얼굴이 까만 흑인 경비원 아저씨입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좋은 말로 타일러서 나쁜 버릇을 고쳐주는 순경 아저씨와 같은 경비원입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클리블랜드 다운타운 4가 골목에서 특별히 한국 사람들의 가게를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을 돌봐 주고 있는 좋은 아저씨입니다.
그런데 마이클 아저씨는 하늘이만 보면 좋아서 싱글벙글 합니다. 두 살 된 하늘이도 아저씨만 보면 생글생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아저씨처럼 얼굴이 까만 아이들은 아저씨만 보면 무서워서 슬슬 도망가지만 하늘이는 그 반대로 가까이 갑니다. 
하늘이는 마이클 아저씨가 하늘이 아빠가 일하시는 옷가게에 들어서서 ‘하이’하며 뭐라고 한마디 하고 한 손을 번쩍 들기만 하면 재빨리 뛰어가서 뭐라고 뭐라고 하며 하늘이만 알아듣는 말로 인사를 합니다. 또 언제나 마이클 아저씨는 하늘이만 보면 이상한 소리로 말합니다. 우는 소리도 아니고 웃는 소리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양이 소리도 분명 아닙니다. 호랑이 소리가 그럴까? 아무튼 마이클 아저씨의 그 굵직한 괴상한 목소리가 하늘이에게는 아주 다정하게 들립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하늘이를 보자마자 번쩍 들어서 무둥을 태워줍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하늘이의 두 손을 붙잡고 빙그르르 한 바퀴 돕니다. 하늘이는 무섭지도 않나 봅니다. 좋다고 까르르 웃어제낍니다. 하늘이는 높이높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마이클 아저씨는 하늘이를 무둥 태운 채 이번에는 탭탭 소리를 내며 탭댄스를 합니다. 옷 사러온 가게안의 손님들이 모두모두 신나는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하늘이는 아저씨 어깨위에 앉아서 덩달아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마이클 아저씨가 한가한 모양입니다. 하늘이와 마이클 아저씨는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이 아빠와 엄마는 하늘이와 아저씨가 밖에 나가는걸 보고 빠이빠이를 합니다. 하늘이도 손을 흔들며 빠이빠이를 합니다.
키다리 마이클 아저씨와 난쟁이 하늘이가 둘이서 사이좋게 나란히 걸어갑니다.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하늘이의 보드라운 뺨을 때립니다. 또 차가운 바람은 옷깃 속으로 살살 스며들어옵니다. 갑자기 가슴이 써늘해집니다. 그러나 하늘이는 그까짓 추위쯤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하늘이의 마음은 마치 처음 나들이를 했을 때처럼 둥둥 구름위로 떠가고 있습니다.
마이클 아저씨의 크고 뭉툭한 손을 붙들었지만 키가 하도 높다라서 하늘이는 대롱대롱 매달려서 걸어갑니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모두 하늘이와 마이클 아저씨를 쳐다봅니다. 마이클 아저씨의 전봇대만큼 기다란 다리가 한발자국 성큼 내딛을 때 하늘는 두 번 세 번, 아니 다섯 번 쯤 잽싸게 움직여야 합니다.
부릉부릉! 빵빵! 자동차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줄을 따라 달아납니다. 앞차는 도망가고 뒷차는 쫓아갑니다. 빨간 자동차, 노란 자동차, 그리고 꽁무니에서 연기를 뿜는 자동차도 있습니다.
하늘이는 손을 흔듭니다. 운전하고 달리던 아저씨들이 흘깃흘깃 하늘이를 귀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바라봅니다.
교통정리를 하는 순경 아저씨처럼 하늘이는 한 손으로는 마이클 아저씨의 손을 꽉 붙잡은 채 다른 손은 높이 쳐들고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큰 길가에 서 있습니다.

* 조현례 : 1965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으로 등단. 「월간 여성생활」과 「소년한국일보」기자 역임. 이대, 성균관대, 단국대 등 강사 역임. 저서로 이민수기 「보이지 않는 유산」· 사제간의 서간집 「너와 나와 만나는 곳」 등 출간.

 

 

날짜 : 08-03-02 04:08     조회 : 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