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새 친구]


 ― 조 현 례




에밀리는 여름 방학이 되었어도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날마다 집에만 있으면 함께 놀아 줄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밀리네 동네에는 에밀리와 친구할만한 또래 아이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에밀리한테는 쌍둥이 오빠가 있지만 6살이나 위여서  에밀리가 어울려서 놀기에는 재미가 없습니다.
쌍둥이 오빠 둘이서는 너무나 친합니다. 둘이서는 에밀리가 부러워할 만큼 단짝입니다. 꼭 친한 친구처럼 언제나 붙어 다니고 언제나 무슨 얘기를 하고는 낄낄거리고 언제나 치고받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에밀리는 그래서 엄마 아빠가 자기도 쌍둥이로 낳아주셨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고 이따금 엉뚱한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에밀리는 언제나 혼자서 소꿉놀이도 하고 인형놀이도 혼자서 합니다. 그래도 에밀리는 아주아주 착한 딸입니다. 절대로 엄마 아빠 말을 잘 안 듣는다거나 화나시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따금 아빠가 집에 일찍 오시면 에밀리의 친구가 되어 주시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입니다. 또 엄마는 언제나 오빠들 숙제한 것 챙기시고 공부 가르쳐 주시느라고 에밀리와 놀아주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루는 하루 종일 혼자서 놀다가 패밀리 룸에서 엄마 아빠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 말소리가 꿈에서처럼 어렴풋이 에밀리에게 들렸습니다.

“오늘도 에밀리는 혼자서 심심했겠군!” 아빠가 말하십니다.
“그럼요. 오늘이라구 친구가 있었겠어요? 우리 집에 들락거리는 아이들은 몽땅 다 쌍둥이 친구들뿐인걸요.”

엄마가 에밀리가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하십니다.
“우리 이 집에 이사 오지 않고 아파트 단지나 작은 집들이 나란히 나란히 붙어 있는 동네로 이사갈 걸 그랬나 봐. 그럼 에밀리만 한 어린 아이들이 집집마다 있을 게 아니요….”
아빠의 한심 섞인 말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입니다. 에밀리에게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루는 에밀리가 자기 방에서 혼자 인형놀이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에밀리 빨리 내려와 봐!”

보통 때와는 다른 아빠의 목소리입니다. 웬일일까. 에밀리는 생각합니다. 보통 맛있는 과자를 사오셨을 때도 저렇게 큰 목소리로 급하게 부르시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에밀리는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하며 층계를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층계 밑에서 아빠가 예쁜 강아지를 안고 계시는 거였습니다. 처음에 에밀리는 자기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에밀리는 장난감 인형이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쁜 강아지를 원한다고 몇 번이나 졸랐었지만 그때마다 엄마 아빠는 절대 안 된다고 늘 거절을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에밀리, 이 강아지는 말이다. 아직 이름도 없는 베이비지만 우리 식구니까 특히 네가 아주 예뻐해 주어야 하는 네 친구다 알겠니?” 하시며 아직도 얼떨떨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에밀리에게 하얗고 귀여운 장난감만한 아기 강아지를 안겨 주십니다. 에밀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제발 마음속으로 꿈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강아지가 동그란 눈을 뜨고 에밀리를 빤히 바라보며 꼬리를 살짝 한번 올렸다 내립니다.
“앞으로 친해 보자고 너한테 인사하는 거다 알았지, 에밀리.” 아빠가 강아지를 정식으로 소개해 주십니다. 그제서야 에밀리는 제 정신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빠 이 강아지는 어느 나라가 고향이야?”

마침내 에밀리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 강아지는 말이다. 큐바의 하바나에서 태어난 이제 겨우 8주 밖에 안 된 아기란다. 이제부터 우리가 잘 먹이고 이름도 지어 주고 사랑해야 한다, 알겠니? 아빠는 이름도 에밀리가 지어주면 좋겠구나.” 아빠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에밀리의 활짝 핀 얼굴을 바라보시며 다정하게 말하십니다.

“오케이, 아빠. 땡쿠.”

그제서야  에밀리는  강아지를 꼭 끼어 안으며 깡충깡충 뜁니다.
“아빠!”
“왜?”
“나 내 친구 이름 지금 지어도 되는 거지?”
“ 물론이지. 무어라고 짓고 싶은데.”

아빠도 덩달아 신바람이 나는 모양입니다. 에밀리가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가,
“으응, 저어, 나 토비라고 지을 거야.” 하는 거였습니다.
“토비라고? 아빠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군. 옳지 그럼 이제부터 토비라고 이름을 지은 거다. 그러니까 우리 식구들은 다들 이 귀여운 새 식구에게 토비라고 부르는 거다.  알겠지.”
다음날, 에밀리는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토비가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토비는 에밀리를 보자마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따라 다닙니다. 텔레비전 앞에 가도 따라와서 옆에 앉고 물먹으러 부엌에 가도 졸래졸래 따라 다닙니다.

“엄마, 토비가 배고픈가 봐, 내가 우유 먹일까?” 엄마는 깜짝 놀라십니다. 아침부터 에밀리가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혼자서 조용히 놀고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얌전하기만 했는데 에밀리가 아침부터 엄마에게 말을 해서 엄마는 너무 기쁩니다.

“오냐오냐 잠깐만 기다려라 에밀리.”

엄마가 식구들 아침밥을 차리다, 말고 에밀리가 부탁한 토비 우유를 먼저 챙겨 주십니다. 토비는 우유병을 보자 꼬리를 아주 예쁘게 아주 더 빠르게 졸랑졸랑 흔들며 에밀리에게 달려가서 찰싹 안깁니다.
에밀리도 엄마처럼 이른 새벽부터 너무 행복해서 푸른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


 * 조현례 : 1965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으로 등단. 「월간 여성생활」과 「소년한국일보」기자 역임. 이대, 성균관대, 단국대 등 강사 역임. 저서로 이민수기 「보이지 않는 유산」· 사제간의 서간집 「너와 나와 만나는 곳」, 등 출간. 「해외문인협회」회원.

 

 

 

날짜 : 10-01-06 23:56     조회 :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