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화가가 될래요

 

 

조 현 례

 

      

코코!”

희유와 광유는 환성을 지릅니다.

코코의 넓적다리를 하나씩 끼어 안고 얼굴을 부비며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코코는 희유와 광유의 고모입니다. 희유와 광유는 어렸을 때 코코를 고모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코코라고 불렀는데 3살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코코라고 부릅니다. 코코라는 말이 예쁘다고 엄마와 아빠가 그냥 그렇게 부르도록 내버려 두어서입니다.

코코는 화가입니다.

화가가 뭐에요? 아빠

어느 날 광유가 아빠 어깨에 무등을 타고 있으면서 물어봅니다.

으응, 화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광유의 두 팔을 번쩍 들어 주면서 말합니다.

그럼 나도 화가가 될래요.”

왜 화가가 되고 싶은데?”

나도 그림 그리는 게 좋으니까요. 아빠

희유는 어떠니?”

방 한구석에서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던 희유의 귀가 토끼처럼 쯩끗해 집니다.

아빠, 나도 화가가 될래요.”

희유도 코코가 너무 좋아서 화가가 되겠다고 합니다.

아니 희유는 아빠처럼 치과 의사가 되겠다고 하더니?”

희유가 싱긋이 웃으며 아빠를 바라봅니다.

아빠, 아빠, 난 화가가 더 좋아요.”

희유는 덩달아 광유가 말하는 대로 따라 합니다.

패밀리 룸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코코와 엄마가 까르르 웃어댑니다.

희유와 광유는 어리둥절합니다. 엄마와 코코도 희유와 광유가 화가가 되는걸. 좋아하신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잠시 후 엄마와 아빠는 예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파티에 갔습니다. 코코가 희유와 광유와 놀기 위해 뉴욕에서 왔습니다.

자아. 우리 이제 무얼 하고 놀까?”

코코, 우리 밖에 나가서 놀아요.”

희유가 말합니다.

추운 겨울인데?”

코트 입으면 되지, 코코, 모자도 쓰고요.”

어느 틈에 희유는 코트와 모자를 들고 코코한테로 와서 입혀달라고 합니다.

광유는?”

코코가 광유를 쳐다보자,

나도 나갈래. 코코,”

나가서 무엇 할까우리 그림 그릴까?”

네엣 좋아요!”

희유와 광유는 펄쩍 뛰며 좋아합니다.

셋이서 따뜻한 코트들을 걸칩니다. 장갑도 끼고 털신도 신습니다.

12월인데 바깥은 제법 푸근합니다.

아빠와 엄마와 함께 나가면 언제나 공놀이를 했었지만 오늘은 코코와 그림을 그리자고 조릅니다.

코코는 미리 준비한 듯한 비닐봉지에서 커다란 백목을 꺼냅니다.

광유와 희유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이게 뭐야 코코?”

둘이서 똑같이 합창을 합니다.

자아, 우리 이걸로 그림 그리자.”

코코가 먼저 커다란 초록 빛깔의 촉을 꺼내들고 다시 말합니다.

종이에다 크레용으로 그림 그리는 것처럼 이 촉으로는 여기 이 콘크리트 바닥에 그림 그리는 거야 자아…….“

네에 코코!”

야 신난다.”

코코가 먼저 나무를 그립니다. 그러자 희유가 얼른 하늘 위에 별을 그립니다.

그러니까 광유가 둥근 달을 그립니다. 희유와 광유는 신바람이 납니다.

코코 해도 그릴까?”

그럼 맘껏 무엇이든지 그리고 싶은 것 다 그려봐.”

희유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해를 그렸다고 좋아합니다. 광유도 커다란 원을 하나 그립니다.

광유야 너도 해를 그리는 거니?”

코코가 물어보니까, 아니 나는 아빠를 그리는 거야, 하면서 커다란 얼굴에 눈, 코를 그립니다. 눈사람 대신에 하얀 촉으로 아빠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야 잘 그렸네. 아주 미남인걸 아빠가.”

광유가 행복해서 빙긋이 미소 짓습니다.

코코, 나도 아빠 그릴래.”

희유가 코코의 칭찬이 부러워서 광유가 그린 것처럼 아빠의 얼굴을 그립니다.

희유도 잘 그렸다. 와우 아빠가 둘이네.”

희유는 아빠의 팔과 다리를 광유가 그린 것보다 더 길게길게 그립니다. 광유는 한참동안 자기가 그린 아빠를 바라보고 있더니 갑자기 걱정스럽게 말합니다.

코코, 아빠가 춥겠다.”

참 그렇구나. 어떻게 하지? 우리 방으로 들어갈까?“

아니야 코코, 모자를 쓰면 되잖아!”

참 그렇구나. 그럼 모자를 그리렴.”

그러나 광유는 모자를 그리려고 하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얼른 광유가 쓰고 있던 털모자를 벗습니다. 광유는 자기 모자를 콘크리트 바닥에서 떨고 있는 아빠의 머리 위에 씌워줍니다.

그것을 본 희유도 자기 모자를 훌떡 벗어서 아빠의 얼굴위에 예쁘게 올려놓았습니다.(*)